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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Wits #Books – 조선 왕 독살사건

#역사 #조선왕 #임금독살 #고전 by Tiger Wits

역사서에 거울 감(鑑)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흔한 일이에요.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통감이나 사마의의 자치통감 등이 그 예죠. 과거로부터 현재의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오래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기 때문에 역사책은 저를 비추는 차분한 거울이랍니다.

이덕일 님의 <조선 왕 독살사건>은 독이 사인으로 의심되는 8명의 조선 임금 혹은 그 일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목표의식은 조직의 명운과 연결된다(현종): 예송논쟁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거에요. 쉽게 말하면 어떤게 예의 바른가? 에 대한 다툼입니다. 현종과 효종의 정당성에 대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서인과 남인은 이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어요. 하지만 국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죠. 백성을 위한 것도 아니었어요. 물론 당의 명운이 달린 일이니 날카로울 수 밖에요.

하지만, 조선의 왕이 청나라 왕에게 머리를 땅에 찧으며 피로써 항복한 병자호란이 끝난지 50년도 안된 시기라는 점에서 그 날카로움도 한숨으로 바뀔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2) 말로만 따르는 조직(선조): 선조는 선왕인 인조의 적장자가 아니라 임금으로서 험난한 시작을 했어요. 게다가 임진왜란까지 겪은 왕이죠. 의주로 왕이 도망갈 때 신하들은 다 도망가고 100여 명 남짓만 따랐다고 해요. 평소엔 그리도 충성을 얘기하던 신하들이 말이죠. 말로만 따르는 조직이 전쟁을 무사히 치러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3)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면(소현세자): 병자호란을 겪은 후, 인조의 장자인 소현세자는 청나라의 볼모가 돼요. 서러운 처지죠. 하지만 소현세자는 중원 대륙의 정세 변화를 눈으로 보는 기회를 얻었어요. 천주교 선교사인 아담 샬을 만나서 성리학과는 다른 세계관도 접하게 되고 서양 문물의 우수함도 깨닫게 돼요.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했던 조선인에겐 개안이라 할만하죠. 청이 대륙을 통일하면서 소현세자도 조선으로 돌아와요. 부푼 꿈을 안고서. 하지만 그 꿈을 펼칠 새도 없이 죽음은 소현세자를 데려갑니다. 독살로 의심되는 죽음의 뒷면엔 친아버지 인조가 유력한 용의자랍니다. 인조는 소현세자가 청과 결탁해 자신을 위협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선 현실 감각과 살아있는 몸이 필요한 겁니다.

 

4) 삶이란 개인의 것인가 시대의 것인가? : 비운은 누구에게든 찾아드는 것 같아요. 왕족이라는 타고난 혈통에게 비운은 더 타고나기도 해요. 소현세자의 예만 봐도 그렇죠. 이런 예를 보면 개개인의 삶이 과연 개인의 것인지 시대의 편린인지 의문이 들어요. 멀리 갈 것 없이 518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당한 사람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5) 언로(言路)의 중요성(조선왕조): 조선왕조실록은 아주 특이한 기록이죠. 왕이 볼 수 없도록 한 기록, 참으로 멋진 발상이에요. 역사의 중요성과 무게를 반증하는 기록이에요. 조선에서 왕과 신하의 독대는 금지돼 있었다고 해요. 반드시 승지와 사관이 입회한 자리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고 해요. 또한 왕이 신하에게 구언(말을 구함)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원칙이 있었다고 해요. 언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던 겁니다.

 

6) 인재양성(정조): 정조는 규장각을 만들었어요. 도서관이지만 실제론 인재 양성 기관이죠. 노론이라는 기득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긴 안목이었던 거죠. 결국 시대도 역사도 만들어가는 것은 작디작은 사람들입니다.

 

– 조선 왕 독살사건(이덕일), 2015년 5월 25일, Tiger Wits